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현재 시중에 판매되는 간장은 양조간장, 진간장, 국간장 등 매우 많은 제품과 종류가 있다. 하지만 이러한 간장들의 차이점과 각각의 용도를 제대로 알고 사용하는 사람들은 그렇게 많지 않을 것이다. (사실 그렇게 자세히는 알 필요가 없긴 하지만) 오늘은 시중에서 쉽게 구할 수 있는 간장들에 대해서 알아보도록 하겠다.

간장은 메주를 소금물에 담가 발효시킨 후 체에 걸러 끓인 다음 식힌 것이다. 독특한 냄새가 나는 검은색의 액체이며 짠맛이 나는 것이 특징이다. 이렇게 만드는 것이 전통적인 방법이지만, 현대의 간장은 더 다양한 방법으로 만들기 때문에 아미노산이 포함된 소금물이라고 보는 것이 더 적절한 것 같다. 참고로 아미노산이란 단백질의 기본 구성 성분이며, 아미노산의 종류에는 여러 가지가 있지만 대체로 이것이 많으면 맛이 좋아진다고 볼 수 있다.

 

 

 

 

■ 조선간장(한식간장, 재래식 간장, 집간장, 국간장) : 가장 전통적인 방식이며, 메주를 소금물에 넣어 발효시킨 후 체에 걸러 끓인 다음 식힌 것이다. 색상이 옅고 염도가 높기 때문에 대체로 국물의 맛 내기 용으로 사용된다. 또한 콩만을 사용하는 경우가 많기 때문에 특유의 쿰쿰한 냄새가 난다.

조선간장은 적어도 2년 이상을 숙성시켜 만들기 때문에 상품성이 그렇게 좋은 편은 아니다. 숙성기간이 길어 길수록 유지비는 더 들어가고 판매량은 줄어들기 때문이다. 그래서 시중에서 조선간장 브랜드는 그렇게 많지 않다. 참고로 네이버에서 '조선간장'이라고 검색하면 소규모 양조장에서 판매하는 제품들도 다수 나오니 관심 있는 분들은 사보는 것도 나쁘지 않을 것 같다.(가격은 시판용보다 비싸다.) 그리고 조선간장은 숙성 기간에 따라 청장, 중장, 진장으로 분류할 수 있는데 '아, 이렇게도 분류하는구나' 하는 정도만 알고 넘어가도록 하자.

참고로 시중에 판매하는 국간장 중에는 혼합간장(산분해간장 + 양조간장)도 있으니 구매 시에는 뒷면의 성분표를 잘 확인하는 것이 좋다.

 

 

< 오뚜기 국간장의 뒷면. 혼합간장이다. >

 

 

 

 

 

 

■ 양조간장(왜간장) : 일제강점기 이후 일본인들이 남기고 간 양조시설에서 처음 만들었기 때문에 왜간장이라고 하기도 한다. 시중에서 가장 흔하게 볼 수 있는 간장 중 하나이며 볶은 밀이나 보리를 콩과 함께 섞어 발효시키기 때문에 쿰쿰한 향은 덜하고 단 맛이 더 나는 간장이다. 양조간장은 열을 가하면 맛과 향이 날아가기 때문에 찍어먹는 용도나 무침, 드레싱으로 사용하면 좋다.

샘표의 양조간장 중에 501, 701이라는 숫자가 붙은 제품이 있다. 이 숫자는 간장의 TN(Total Nitrogen, 총 질소 함량) 지수를 나타내는데, 숙성이 오래될수록 TN 지수가 높아지며 높을수록 감칠맛이 더 많이 난다. 샘표 양조간장 501은 TN 지수가 1.5% 이상이라는 것을 나타내고 701은 1.7% 이상이라는 뜻이다. KS 규격에 따르면 1.0% 이상은 표준, 1.3% 이상이면 고급, 1.5% 이상이면 특급으로 규정하고 있다.

 

 

< 샘표 양조간장 701의 뒷면 >

 

 

 

 

 

 

■ 진간장 : 시판용 진간장을 설명하기 전에 먼저 알아둘 것이 있다. 위의 '조선간장'의 설명 부분에서 숙성 기간에 따라 청장, 중장, 진장으로 분류한다고 했었다. 이 진장을 진간장이라고 부르기도 하는데 시판용 진간장과는 엄연히 다른 간장이니 헷갈리지 않도록 하자.(실질적인 진간장은 조선간장의 진장이다. 오랜 숙성으로 인해 진하고 깊은 맛이 나기 때문이다. 게다가 진장의 숙성기간은 5년 이상인데 이러한 고급 간장을 마트에서 몇 천 원에 살 수 있을 리가 없지 않은가.)

어쨌든 시중에서 쉽게 볼 수 있는 진간장은 쉽게 말해서 산분해 간장 + 양조간장이다. 즉 혼합간장인 것이다. 보통 산분해 간장의 비율이 70~90% 정도인 제품이 많다. 양조간장보다 저렴하다는 장점 때문에 식당에서 자주 사용한다. 또한 맛이 진하고 달며 열을 가해도 맛이 잘 변하지 않기 때문에 조림이나 볶음요리에 사용하면 좋다.

 

 

 

 

■ 그 외에 마트에 가보면 청간장, 맛간장, 조림간장 등 여러 가지 간장이 진열되어있다. 이런 것들은 기존의 조선간장이나 양조간장에 각 용도에 맞게끔 다른 첨가물이 들어 있는 간장이다. 예를 들어 색이 맑은 청간장은 국이나 찌개에 주로 사용되는데, 다시마나 멸치 농축액(육수)이 들어있는 경우가 많다. 또한 조림간장이나 맛간장은 달콤한 감칠맛을 더하기 위해 사과나 배 농축액, 마늘, 생강 등이 들어있다. 음식을 손쉽게 할 수 있게 해 주지만 특정 용도에만 사용할 수 있기 때문에 활용도는 떨어지는 간장들이라고 생각하면 된다.

 

 

 

 

■ 노두유(노추) : 색과 풍미가 진한 중국의 간장으로 중국요리나 중화요리에 사용된다. 그리고 농도는 진하지만 짠맛은 적고 달짝지근한 맛이 있다. 공장제 노두유의 경우는 진한 색을 내기 위해 당밀이나 캐러멜 색소가 첨가되어있는데, 노두유 자체로 맛을 내려다가는 음식이 매우 어두운 색이 되므로 다른 간장과 함께 사용하는 것이 좋다. 집에서 간장 찜닭을 만들어 보면 전문점만큼 색이 안 나온다. 전문점에서는 찜닭의 색을 내기 위해 캐러멜 색소를 사용하는데 노두유를 사용하면 가정에서도 거의 같은 색을 낼 수 있다. 또한 찜닭뿐만 아니라 갈비찜이나 동파육, 볶음요리에도 사용하면 더 맛깔스러운 색을 낼 수 있다. 네이버 등 오픈마켓에서도 판매하니 한 개 정도 구비해두면 꽤 요긴하게 사용할 수 있을 것이다.

 

 

< 오뚜기의 이금기 노추. 카라멜색소가 함유 되어있다. >

 

 

 

 

 

 

■ 산분해 간장 : 제조 공정에 염산이 들어갔다는 이유로 한 때 논란이 있었던 간장이다. 제조 공정에 대해 간단히 알아보면, 먼저 식용 염산을 이용해 콩(탈지대두)을 분해한 후 가성소다를 넣어 산 성분을 중화한다. 그리고 숙성 및 여과 과정을 거쳐 찌꺼기를 제거한 후 분해액만 따로 모아 탈취 과정을 거친다. 마지막으로 캐러멜, 소금, 물엿 등을 넣어서 맛과 색을 조절하면 산분해 간장이 완성된다. 산분해 간장은 공정 상 염산이 들어가기는 하지만 중화 과정을 거치기 때문에 위험할 이유가 하나도 없는 아주 안전한 식품이다. 만약 실제로 염산이 들어있어서 식도나 내장에 손상을 입었다던가 하는 사건이 발생한다면 그야말로 엄청난 파장이 일어날 것이다.

그리고 또 다른 문제점으로 산분해 간장을 제조할 때 유해물질인 3-MCPD(모노 클로로 프로판디올)이 생성된다는 점이다. 이 성분은 단백질을 분해하면서 불가피하게 생성되는데 이에 따라 정부에서는 기준치를 0.3mg/kg로 정해놨으며, 제조 업체에서도 공정 개선을 통하여 엄격하게 관리하고 있다. 2006년 식약처에서 간장류 96개를 조사한 적이 있는데 평균 0.04~0.07mg/kg 수준으로 나와서 모두 기준치를 통과하였다. 여기서 재밌는 건 산분해 간장이 섞인 혼합간장보다 양조간장 및 한식간장 등의 평균값이 더 높게 나왔다는 것이다. 어쨌든 2020년 7월부터는 기준치가 더 강화된다고 하니 앞으로는 더 건강하게 간장을 먹을 수 있지 않을까 생각한다.

이러한 논란에도 불구하고 산분해 간장은 양조간장과 비교했을 때 더 맛있다는 얘기가 있다. 제조 공정에서 들어가는 첨가물 때문에 그럴 수도 있지만 더 중요한 것은 산분해가 다른 분해(효소 분해, 미생물 발효)보다 단백질 분해율이 더 높기 때문이다. 단백질 분해율이 높으면 아미노산의 비율이 높아진다는 의미이므로 더 맛있게 느껴질 수 있는 것이다. 하지만 깊은 맛은 부족하기 때문에 양조간장과 적절히 혼합해서 각각의 장단점을 보완한 맛있는 간장을 만들 수 있다. 게다가 산분해 간장은 가격도 저렴하니 소비자에게는 더욱 좋은 일이 아닐 수 없다.

 

 

 

 

■ 마지막으로 간장의 특징과 용도에 대해서만 간단히 정리하고 포스팅을 마치도록 하겠다.

1. 조선간장(한식간장, 재래식 간장, 집간장, 국간장) : 색상이 옅고 단맛은 덜하며 짠맛이 강하기 때문에 국물용으로 적합하다. 특유의 쿰쿰한 향이 살짝 있다.
2. 양조간장(왜간장) : 조선간장에 비해 쿰쿰한 향은 덜하며 약간의 단맛이 있다. 열을 가하면 맛과 향이 날아가기 때문에 드레싱이나 무침, 찍어먹는 용도로 적합하다.
3. 진간장 : 산분해 간장과 양조간장이 섞인 혼합간장이다. 맛이 진하고 달큼하며 열에 강하기 때문에 볶음이나 조림요리에 적합하다.
4. 노두유(노추) : 간장 자체의 색이 상당히 진하기 때문에 음식의 색을 내는 경우에 주로 사용되며, 과하게 사용하면 음식이 시커멓게 되므로 다른 간장과 같이 사용하는 것이 좋다. 짠맛이 적고 달짝지근한 편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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