TV 프로그램을 보면 한식 레시피에 맛술이 들어가는 경우를 심심치 않게 볼 수 있다. 특히 생선 요리를 할 때 비린내 제거를 목적으로 사용하는 경우가 많은데, 요리를 할 때 꼭 필요한 것인지 그 용도를 정확히 모르고 사용하는 경우가 많다. 이 번 포스팅에는 시중에서 판매하는 맛술과 미림, 기타 제품들의 차이와 그 용도에 대해서 알아보도록 하겠다.
■ 맛술, 미림, 청주는 무엇일까?
1. 맛술 : 원래 맛술이라는 것은 아주 넓은 의미를 포함하고 있다. '요리주'라는 단어로도 대체할 수 있는데, 음식의 향과 풍미를 위해 사용되는 모든 술을 맛술이라고 할 수 있는 것이다.
청주를 비롯해서 프랑스의 가정식 코코뱅은 레드 와인을 한 병 가득 사용하는 대표적인 음식이고 스테이크의 소스에도 레드 와인이 사용된다. 봉골레 파스타에는 화이트 와인이 사용되고, 초콜릿 내부에 각종 술을 채워 넣은 제품도 본 적이 있을 것이다. 또한 도수가 높은 술에 불을 붙여 불 쇼(플람베)를 보여주는 소고기 전문점도 있고 심지어 술빵에는 막걸리가 사용되기도 한다.
위에 설명한 내용은 '요리주'에 대한 설명이고, 결국 우리가 레시피에 흔히 볼 수 있는 맛술이라 함은 음식의 잡내 및 비린내를 제거하거나 풍미를 더욱 살려주는 조미용 술이라고 생각하면 된다.
2. 미림 : 찐 찹쌀, 누룩, 소주나 알코올을 넣고 발효시켜 만드는 알코올 14%의 일본 술이다. 술 주제에 당도가 40~50%나 되기 때문에 오랫동안 음식에 사용되어왔다. 쌀이 발효되면서 생성되는 각종 아미노산 덕분에 은은한 단맛과 감칠맛이 있으며 음식에 넣었을 때 각 재료의 풍미를 더욱 끌어올려주는 조미료의 역할을 톡톡히 하고 있다.
또한 일본에서는 찐 찹쌀, 누룩, 알코올 이 세 가지만을 원료로 하는 원조 미림과는 달리 '미림풍 조미료'라는 것도 있다. 이 미림풍 조미료는 알코올 도수가 낮기 때문에 일반 슈퍼에서 구입할 수 있는데, 이 때문에 원조 미림을 '혼미림'이라고 구분해서 판매하고 있다.
이 미림을 롯데가 국내에 들여와서 '미림'이라는 제품명으로 판매하고 있으며 당연히 일본의 전통적인 방식으로 제조하는 것은 아니다. 따라서 국내에서의 미림 또한 맛술의 일종이며, 그냥 조미용 술이라고 생각하면 된다. 하지만 원조 미림은 일본의 술이라는 것. 이것만 알면 될 것 같다.
3. 청주 : 맛술과 더불어 한식 레시피에서 자주 등장하는 청주에 대해서도 빼놓을 수 없다. 청주는 향이 좋고 맛이 자연스럽고 부드럽기 때문에 소주에 거부감이 있는 사람들도 부담 없이 마실 수 있는 우리나라 전통 술이다. 마트나 편의점에서 가장 흔하게 구입할 수 있는 제품은 '청하'가 있고, 그 외에 경주법주나 백화수복 등의 제품들이 있다. 청주는 음용의 목적으로 만들어진 술이기 때문에 조미용 술인 맛술과는 차이가 있다.
■ 용도의 차이점 : 국내에서 일반적으로 사용하는 요리주는 크게 세 가지로 분류할 수 있다.
1. 롯데 미림, 마을기업 요리술 : 이 두 제품은 조미용 맛술이며 알코올이 14%로 식품 유형이 기타 주류이기 때문에 미성년자는 구매가 불가능하다.
맛은 달달하고 살짝 느끼한 맛이다. 따라서 달달한 감칠맛이 필요할 때 혹은 음식의 풍미를 더해주고 싶을 때 사용하면 좋다.
2. 백설 맛술, 오뚜기 미향, 청정원 맛술(미작) : 이 제품들도 위의 두 제품과 마찬가지로 조미용 맛술이라고 생각하면 된다. 하지만 알코올이 1% 미만으로 아주 소량 들어있기 때문에 식품 유형이 주류가 아닌 소스류로 구분된다. 따라서 미성년자도 구매가 가능하다.
맛은 달달하며 식초가 들어있기 때문에 시큼한 맛도 난다. 또한 생강이나 로즈메리 같은 잡내 제거에 탁월한 성분들이 들어있는 경우가 많다. 따라서 각종 육류의 잡내, 특히 생선의 비린내를 제거하는데 효과가 좋다. 그리고 식초는 단백질을 응고시키는 성질이 있어서 생선조림을 할 때 생선살이 쉽게 부서지는 것을 어느 정도 방지해준다.
(※ 생선 비린내의 주원인은 '트리메틸아민'이라는 성분 때문이다. 이 성분은 염기성이므로 식초의 산성과 만나면 중화되어 사라진다. 따라서 생선 비린내 제거의 주된 역할은 식초가 한다고 볼 수 있다. 생강 등의 향은 비린내를 가려주는 역할을 한다.)
3. 청주
: 음용의 목적으로 만들어진 술이다. 맛술 같은 추가적인 단맛이나 신맛, 감칠맛 등은 없으며 음식에 소량 넣으면 그 풍미가 더 살아난다.
■ 알코올은 생선 비린내 제거에 효과가 있을까?
음식에 술을 넣고 팔팔 끓이면 알코올과 함께 생선의 비린내가 기화되어 날아간다는 내용을 어디선가 본 적이 있을 것이다. 그런데 이것을 뒷받침해주는 확실한 근거가 없다. 알코올의 투입 외에 모든 조건을 똑같이 하여 두 개의 음식을 만든 후 블라인드 테스트라도 해야 할 판이다. 하지만 사람마다 비린내를 느끼는 정도가 달라서 이것도 과학적인 증명은 되지 않는다.
또한 알코올을 넣은 후 요리를 했을 때 그 알코올이 완전히 다 사라지지 않는다는 여러 가지 연구 결과가 있다. 이 내용에 대해서는 아래에 링크를 남겨놓겠다.
(링크) 음식에 술을 넣고 요리를 해도 알코올은 남는다.
음식에 알코올이 남아있는데 과연 비린내는 다 날아갈까 하는 의문이 든다. 게다가 의도치 않게 알코올을 섭취하게 될 수도 있으니 차라리 다른 방법으로 비린내를 제거하는 것이 좋을 것 같다.
■ 맛술이나 미림은 요리를 더 손쉽게 할 수 있도록 도와준다. 육류와 생선의 잡내를 잡아주고 MSG의 역할도 해주며 기타 여러 가지 효과를 기대할 수 있으니 말이다. 하지만 '끓이면 알코올은 다 날아가겠지'라는 안이한 생각으로 맛술이 들어간 음식을 임산부나 유아에게 먹인다면 그들에게는 치명적인 독이 될 수도 있다.
요리를 할 때 각 식재료나 조미료의 특성을 잘 알고 사용한다면 더 맛있고 건강하게 음식을 먹을 수 있지 않을까 생각하며 포스팅을 마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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