반응형

 

우리의 식탁에서 각종 음식의 풍미를 좋게 하는 버터와 마가린, 그 차이를 알고 있는 사람은 적지 않을 것이다. 간단하게 말하자면 버터는 동물성 기름을, 마가린은 식물성 기름을 이용해 만들었다고 할 수 있다.

'마가린의 원료가 식물성 기름이니까 버터보다는 몸에 더 좋겠지'라는 생각을 하는 사람은 별로 없을 것이다. 왜냐하면 한 때 언론에서 트랜스지방을 문제 삼았을 때 마가린이 도마 위에 오른 적이 있었기 때문이다. 물론 트랜스지방에 대한 얘기는 일시적인 것이 아니고 아직 나오고 있지만 말이다. 어쨌든 내가 이번에 다뤄보고자 하는 건 버터와 마가린의 차이도 있지만 트랜스지방에 관련된 것도 있다. 그럼 시작해보도록 하겠다.

 

 

 

 

■ 버터란 무엇인가?
우유를 원심 분리해서 뽑아낸 유크림을 살균, 숙성 등의 과정을 거친 후 엄청나게 계속 휘저어서 엉기게 한 다음 응고시켜서 만든 유제품이다. 이전의 휘핑크림과 생크림 관련 포스팅에서 생크림으로 버터를 만드는 방법을 잠깐 다룬 적이 있었으니 관심 있으신 분은 봐도 좋을 것 같다.

어쨌든 버터의 원료는 우유이고, 지방이 약 81% 정도를 차지하는 지방 덩어리 유제품이다. 영양 성분을 보자면 비타민 A, D, E와 칼슘, 칼륨, 마그네슘 등 각종 미네랄이 함유되어있다. 하지만 누가 버터를 이런 영양소 섭취를 위해서 먹겠는가? 그냥 맛과 향이 좋으니까 먹는 거지.

 

 

 

 

■ 그럼 마가린은 무엇일까?

< 오뚜기 옥수수 마아가린의 영양정보 >


버터와 형태와 맛, 향까지 비슷한 걸로 봐서는 버터의 대용품이 아닐까 하는 생각이 드는데 실제로 그것이 맞다. 프랑스의 화학자 '이폴리트 메주 무리에'가 나폴레옹 3세의 명을 받아 발명한 것으로 알려져 있다. 물론 지금의 마가린과는 다르게 그 당시의 마가린은 동물성 기름으로 만들었으며 냄새도 지독하고 색도 회색빛이어서 그다지 인기는 없었다고 한다.

현재의 마가린은 거의 식물성 기름을 원료로 해서 만들며, 각종 향료와 색소를 사용해 버터와 거의 비슷한 향과 맛을 내고 있다. 물론 천연 버터보다는 맛이 떨어지긴 하지만 마가린의 최고 큰 장점은 가격인데, 심지어 인터넷에는 오뚜기 파운드 마가린(마아가린) 450g을 630원에 팔고 있다. 가격 대비 훌륭한 풍미, 바삭한 식감까지 안겨주는 이러한 장점 때문에 길거리 토스트나 호떡 등에는 마가린을 애용하는 편이다.

 

 

 

 

■ 포화지방산과 불포화지방산을 알아보자.
지방 성분이 기름류에 많이 함유되어있다는 사실은 누구나 알 것이다. 아니, 사실 그냥 지방 덩어리라고 해도 과언이 아니다.

포화지방산은 대부분 동물성 기름에 많이 함유되어 있고 불포화지방산은 식물성 기름에 많이 함유되어 있다. 물론 예외도 꽤 있는데 생선 기름은 동물성이지만 대부분 불포화지방산이 많고 기름야자나무의 열매에서 추출한 팜유는 식물성이지만 포화지방산이 많다.
그리고 포화지방산은 녹는점이 높아 상온에서 고체이며 장기간 보관해도 산패가 잘 일어나지 않는 반면 불포화지방산은 녹는점이 낮아 상온에서 액체 형태이며 산패가 잘 일어나는 편이다.

< 기름야자나무의 열매 >

 

대체적으로 포화지방산이 많은 음식이 맛이 좋다. 앞에서 언급했듯이 동물성 기름에 많이 함유되어 있으니 이것은 따로 말할 필요도 없고, 대부분의 라면과 과자 등 가공식품은 팜유로 튀겨낸다. 팜유는 가격도 저렴한 데다가 포화지방이 많기 때문에 장기 보존에도 유리하고 고온으로 가열해도 산패가 잘 일어나지 않는다. 게다가 포화지방산은 불포화지방산보다 끓는점이 높아 튀김용으로 사용했을 때 더 바삭한 식감의 결과물을 얻을 수 있어 조리용으로 널리 사용되고 있다.

 
그리고 불포화지방산이 심혈관계 질환을 완화시키는데 도움이 된다는 얘기가 있다. 모든 불포화지방산이 그러한 것은 아니고, 중성지방 수치를 낮추거나 혈전의 응고를 방지하는 기능이 있는 것은 불포화지방산 중 오메가 3 지방산뿐이다. 오메가 3 지방산에는 DHA, EPA, ALA 등이 있으니 이러한 성분들이 많이 함유된 식품을 찾아 먹으면 좋을 것 같다.

또한 일반적으로 포화지방산은 건강에 좋지 않다고 하는데, 정확히는 포화지방산이 만들어내는 LDL 콜레스테롤이 심혈관계에 문제를 야기하는 것이다. 하지만 포화지방산, 불포화지방산의 섭취와 관련된 모든 실험에서 똑같은 결과가 나온 것은 아니다. 불포화지방산의 섭취가 콜레스테롤 수치를 떨어뜨리기는 했지만 오히려 사망자 수를 비교했을 때 불포화지방산을 섭취한 집단이 그 수가 더 많았던 실험 결과도 있었다고 한다. 그렇긴 해도 일단 대부분의 실험 결과는 포화지방산이 더 건강에 좋지 않은 것으로 나오니 이를 핑계 삼아 포화지방산을 마음 놓고 섭취하는 것은 좋지 않을 듯하다.

 

 

 

■ 트랜스지방에 대한 얘기를 해보자.
버터와 마가린 얘기를 하려고 했는데 너무 멀리 가버린 것 같다. 사실 트랜스지방은 일종의 불포화지방산이다. 불포화지방산에는 시스(cis)와 트랜스(trans) 두 가지 이성질체가 있는데 이 중 트랜스 불포화지방산을 트랜스지방이라고 부르는 것이다.

트랜스지방은 자연식품 중에서도 존재한다. 하지만 문제가 되는 부분은 기존의 불포화지방산에 수소를 첨가해 포화지방산으로 만들 때 트랜스지방이 소량 생성되는 점이다. 쉽게 말해서 식물성 기름을 이용해 마가린이나 쇼트닝을 만들 때 소량의 트랜스지방이 생성된다고 생각하면 된다.(트랜스지방이 없는 기름이라도 고온으로 가열하거나 여러 번 재사용을 하면 트랜스지방이 생길 수 있다.)

그럼 왜 이러한 가공유지를 만드느냐. 유통이 쉽고 장기 보존이 가능하기 때문이다. 게다가 포화지방산은 발연점이 높아 튀김에 사용했을 때 굉장히 바삭한 식감을 얻을 수 있기 때문에 가공식품을 제조하는 거의 대부분의 기업들은 이러한 가공유지를 사용하고 있다.

 

 

 

 

■ 트랜스지방이 건강에 안 좋은가?
트랜스지방이 대중에게 모습을 드러내기 전까지는 포화지방산과 불포화지방산 두 가지로만 지방을 분류했었고, 포화지방산이 건강에 좀 더 좋지 않다고만 알고 있었다. 하지만 몸에 축적된 잉여 지방을 분해 배출하는 부분에 있어서 트랜스지방이 포화지방에 비해 효율이 훨씬 떨어진다는 사실이 밝혀지면서 트랜스지방의 유해성이 대두되었다.

물론 포화지방도 LDL 콜레스테롤을 상승시켜 각종 질병을 야기할 수 있다. 하지만 트랜스지방은 이러한 질병을 야기함과 동시에 몸 밖으로 배출도 잘 되지 않으므로 포화지방보다 더 유해하다고 하는 것이다.

한 때 마가린도 트랜스지방 덩어리라는 말이 있었다. 하지만 2006~7 이후부터 나오는 제품들은 가공 공법을 개량해서 트랜스지방의 함량을 대폭 줄였다.(물론 기존 공법으로 만든 제품들도 아직 존재한다.) 이 것은 마가린뿐만 아니라 각종 가공식품들도 마찬가지이니 요즘은 '트랜스지방 0g'이라고 표기되어 있는 제품들을 어렵지 않게 찾아볼 수 있다.

 

요즘은 '트랜스지방 0%'라고 적혀있는 제품을 종종 볼 수 있다. 하지만 여기에도 함정이 있다. 식품 표기법상 100g 당 0.2g 미만 혹은 1회 제공량 당 0.2g 미만이면 0g이라고 표기할 수 있기 때문이다. 만약 1회 제공량이 30g인데 트랜스지방이 0g라고 표기되어 있고 실제로는 0.15g인 과자가 있다. 이 과자를 300g 먹으면 총 1.5g의 트랜스지방을 섭취하는 게 된다. 이처럼 트랜스지방이 zero라고 적혀있더라도 마음껏 섭취하는 것은 금물이다.

 

 

 

■ 트랜스지방 다음은 무엇일까?
과거에 비해 현재는 먹을 것이 풍부하다 못해 넘쳐흐르게 되면서 비만과 심장병 등 각종 성인병을 겪는 사람들이 많아졌다. 이러한 원인을 찾던 중 동물성 기름(포화지방산)이 도마 위에 오르게 되었고 수십 년간 비난을 받아왔다. 그래서 식물성 기름의 섭취를 권장했고 버터 대신에 마가린을 사용하기 시작했다. 그런데 국민들의 건강이 좋아지는 모습이 보이지 않는다. 그래서 이번에는 마가린의 트랜스지방이 문제라고 지적했다. 그래서 각종 업계에서는 다시 마가린 대신 버터와 팜유 등을 사용하기 시작했다. 원점으로 돌아간 것이다. 또한 지금은 가공 공법을 개량해 마가린 등의 트랜스지방 함량을 대폭 줄였는데, 현재의 국민들의 건강 상태는 그전에 비해 좋아졌을까?

< 우리나라 국민들의 트랜스지방 섭취량은 결코 많지 않다. >

 

트랜스지방이 자연식품 중에서도 존재한다고 앞에 잠깐 언급했었다. 재밌는 것은 라면이나 과자 같은 가공식품이 아니라 소고기나 닭고기, 두부 등과 같은 식품들을 먹을 때 트랜스지방에 더 많이 노출된다는 조사 결과가 있다는 점이다. 소고기가 16.1%고 두부가 14.4%, 닭고기가 10.9%이며 라면이나 과자는 2~3%대에 불과했다. 그리고 버터에도 100g당 약 3%대의 트랜스지방이 있고 심지어는 아기가 먹는 모유에도 있다고 한다.

 

 

 

 

언론은 우리가 생각하는 것 이상으로 잘못된 정보를 많이 제공한다. 우리는 전문가가 아니고 일반인이기 때문에 그러한 정보들의 진실 여부를 파악하기 힘든 것이 사실이다. 하지만 그렇다고 너무 휘둘릴 필요는 없다고 생각한다. 그냥 상식적으로 생각해보자. 치킨 3마리를 시켜서 혼자 다 먹는다? 빵이나 과자를 3만 원어치 사 와서 혼자 다 먹는다? 라면을 10개 끓여서 다 먹는다? 정말 대식가가 아니라면 이렇게 먹는 사람도 없을 것이고 만에 하나 먹더라도 엄청난 복통과 죄책감에 시달릴 것이다. 그러니까 그냥 평범한 식습관을 가진 사람이라면 트랜스지방이니 포화지방이니 이러한 눈에 보이지도 않는 성분에 너무 놀아나지 말고 평소대로 먹고 즐기면 된다고 생각한다.

반응형

+ Recent posts