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난 돼지고기를 좋아한다. 그리고 아마 대부분의 사람들이 좋아할 것이다.
남의 살은 맛있기 때문이다.

몇 년 전부터 이베리코 흑돼지를 파는 고깃집이 부쩍 늘었다. 고깃집 앞 간판에 새겨져 있는 '세계 4대 진미'라는 단어에 홀라당 넘어가서 이베리코 흑돼지를 사 먹어 본 분들도 꽤 있을 거라 생각한다.
그리고 또 강조하는 부분이 '도토리를 먹여 자연방목'하여 사육한다는 것, '최고등급 베요타'라는 것이다.

 

 

 

 

그럼 먼저 네이버 지식백과에 나와있는 이베리코의 내용을 간단히 보겠다.

■ 이베리코란 무엇일까?
스페인 햄 하몬을 생산하기 위해 사육되는 스페인의 돼지 품종으로, 풀과 도토리, 곡물사료 등을 먹여 키운다. 이베리코는 사육 기간과 방식, 먹이에 따라 '베요타', '세보 데 캄포', '세보' 등급으로 나뉜다. 특히 베요타 등급의 경우 자연 방목으로 사육하며, 야생 도토리를 먹고 자라 생성된 특유의 풍미가 특징이다.
(출처 : 네이버 지식백과)

여러 검색엔진에서 검색을 해보면 이베리코 흑돼지의 등급을 세 가지로 나누는 곳이 있고 네 가지로 나누는 곳이 있다. 여기서는 네 가지로 분류해보겠다. (등급 관련해서 포스팅의 내용이 잘못된 부분이 있을 수도 있다. 참고만 해주시길 바란다.)

 

 

 

 

■ 이베리코의 등급.

1. 블랙라벨.(100% 순종 이베리코, 베요타)
블랙라벨에서 가장 중요한 것은 품종이다. 무조건 100% 순종 이베리코 품종이여야 한다. 엄마 아빠가 무조건 둘 다 100% 이베리코 품종이어야 블랙라벨의 등급이 주어지는 것이다. 그리고 17개월 이상 키워 도축하고, 도축 전 3개월동안 자연 방목하여 도토리를 먹게 한다. 스페인의 도토리 수확시기는 한정되어 있으므로(약 10월~1월) 시기적으로 잘 맞아야 한다.

< 스페인 데헤사의 이베리코 흑돼지 >

 

2. 레드라벨.(50~75٪ 교배종, 베요타)
레드라벨도 '베요타' 등급이고, 사육 기간과 사육 방법은 블랙라벨과 동일하다. 하지만 블랙라벨과 다른 점은 100% 순종 이베리코 품종이 아니라는 것이다.

3. 그린라벨(50~75٪ 교배종, 세보 데 캄포)
50~75٪ 교배종의 품종이다. 사육 기간과 방목 기간은 '베요타' 등급보다 짧으며, 축사 사육과 방목 사육을 둘 다 한다. 올리브유를 섞은 사료와 풀을 먹으며, 방목 기간에는 도토리를 먹는다.

4. 화이트라벨(50~75٪ 교배종, 세보)
화이트라벨 또한 50~75٪ 교배종의 품종이다. 사육기간은 '세보 데 캄포' 등급보다 짧으며, 자연 방목은 하지 않고 축사에서만 키운다. 올리브유를 섞은 사료를 먹는다.

다시 한 번 언급하지만 등급 관련 내용은 확실하지가 않은 게, 검색을 해보면 포스팅마다 내용이 조금씩 다 다르다. 그냥, 등급이 네 가지 정도로 분류가 된다. 이 정도만 알아도 충분할 듯싶다.
(사실 개념이 확실히 정립이 되지 않아서 본인도 짜증이 좀 많이 났었다.)

이베리코의 등급은 스페인 정부 차원에서 아주 세밀하게 법을 적용해 분류하고 있고, 또한 엄격하게 관리를 하고 있다고 하니 관련 원서를 찾아보면 자세한 분류 방법이 나와있지 않을까 생각한다.

< 스페인 데헤사 지역의 목초지 >

 

 

 

 

■ 그럼 스페인 현지에서 이베리코는 어떠할까?
과연 스페인 현지에서는 이베리코 등급에 대한 규제를 잘 지키고 있을까? 아래의 캡처본은 기사의 일부이다. 한 번 보자.
(출처 : https://news.v.daum.net/v/20180820104845178?rcmd=rn&f=m)

(링크) 이베리코. 스페인에서는 어떠할까?

 
결국 사람 사는 거 다 똑같다는 생각이 든다. 물론 실제로 스페인에서는 이베리코의 등급을 엄격하게 법으로 규제한다고 한다. 하지만 법망을 교묘하게 피해 이득을 취하는 사람은 전 세계 어디에나 있는 듯하다.

 

 

 

 

■ 우리나라에서 유통되는 이베리코는 괜찮을까?
실제로 작년 초쯤의 일이다. 소비자 시민모임(소시모)에서 시중에 유통되는 이베리코 흑돼지와 음식점에서 파는 이베리코 흑돼지를 총 50점 구입하여 유전자 검사를 했더니 5점이 백돼지였다고 한다. 백돼지가 이베리코 흑돼지로 둔갑해서 팔렸던 것이다.

※(검색을 해보면 제조원이 어디인지 전부 공개가 되어있으므로 참고해둬도 좋을 듯하다.)

< 전문점에서 먹었던 이베리코 모둠 >

 

 게다가 나머지 90%도 진짜 이베리코 흑돼지인지 확신할 수도 없고, 유전자 검사를 하더라도 '베요타', '세보 데 캄포', '세보' 등급을 구별해 낼 수는 없다. 수입업체가 '베요타'라고 하면 그저 믿고 사 먹는 수밖에 없다는 말이다. 스페인에서 '베요타' 등급은 전체 이베리코 중에서 5%라고 하는데 정말 국내에서 유통되는 많은 '베요타' 등급이 진짜 '베요타' 등급일까? 그리고 원래 스페인에서의 이 이베리코 등급은 하몬(생햄)의 원재료, 즉 뒷다리의 품질을 판단하는 데에만 의미가 있다. ※(참고로 앞다리는 팔레타의 원재료이며, 하몽과 제조법은 같지만 가격은 하몽이 더 비싸다.) 앞다리와 뒷다리를 제외한 나머지 부위는 그냥 일반 고기처럼 유통되므로, 원래는 프리미엄 돼지고기가 아니라는 말이다.

< 하몬을 얇게 슬라이스 하는 모습 >

 

그런데 우리나라에서는 미디어, 마케팅의 영향으로 이베리코 흑돼지, 특히 '베요타' 등급이 프리미엄 돼지고기 취급을 받고 있고 가격 또한 한돈보다 비싸게 유통되고 있다.

 

 

 

 

■ 나의 경우를 말한다.
난 꽤 초창기에 이베리코 목살을 먹어 본 적이 있다. 그 당시에는 이베리코 흑돼지가 유행하기 전이었고, 이베리코라는 단어 자체가 상당히 생소할 때였다. 내 친구 아버님께서 하시는 고깃집이었는데 이베리코 전문점은 아니었고, 고기가 괜찮아서 아버님께서 메뉴에 넣으셨다고 했었다. 미디엄으로 살짝 구워서 먹어봤는데 그렇게 맛이 좋을 수가 없었다. 진짜로 소고기 맛이 나는 돼지고기였다. 한 입 넣어서 씹으면 육즙이 엄청나게 나오고, 지방의 맛과 그 특유의 육향이 상당히 진했다. 목살임에도 불구하고 뻑뻑한 느낌이 하나 없이 내 인생 최고의 이베리코였다. ※(바싹 익히면 소고기처럼 뻑뻑해진다.) 하지만 이베리코 흑돼지가 점차 유행하면서 좋은 고기를 구하기가 어려워졌고, 또한 일정한 품질의 고기를 유지할 수가 없게 되었다고 한다. 메뉴판에서 사라지기 직전 먹었었던 이베리코는 평범한 이베리코 전문점의 고기와 비슷한 수준이었고, 처음의 황홀한 느낌을 더 이상 나에게 줄 수 없었다. 그리고 얼마 후 이베리코는 메뉴판에서 사라졌다.

< 메뉴에서 사라지기 직전의 그 이베리코 >

 

이후 여러 이베리코 전문점에서, 그리고 인터넷으로도 구입하여 더 먹어봤지만 내가 처음 먹었었던 그 맛이 나지 않았다. ※(전부 베요타 등급으로 판매하고 있었음) 사실 내가 처음 먹었던 그 이베리코의 등급이 어떤 등급인지 난 알지 못한다. 하지만 만약에 그것이 '베요타' 등급이었다면? 이후 내가 먹었던 이베리코들은 '베요타'가 아닐 가능성이 크고, 시중에 유통되고 있는 것들 또한 '베요타'가 아닐 가능성이 크지 않을까 조심스레 추측해본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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